매화첩(花紙)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말이죠

환월(幻月) 아래서 시문을 읽는 그녀는 마치
연두색 꼬투리 속 청완두가 돌아눕는
비릿한 향을 내는 매화가지에 바람처럼 앉아서

생각하나 흔들리면 밤도 따라 기울던
서걱이며 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암향(暗香)으로 흔들리게 하구요

다시 호흡하는 법과 작은 길을 내어 준
그녀 앞에 앉으면
한소끔 더 익은 술을 내어 오던 밤

달빛 같은 청매를 화선지가 읽어 내고
월매도 한 폭이 펼쳐지는 때에는
길고 그윽한 바람 한 줄기에
이지러져 지는 달도 돌아보지요

일지매(一支梅) 흔들리는 창도 밝은데 말이죠


* 매화 : 설중매, 조매, 동매, 백매, 홍매, 비매, 청매 등 수 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다. 고결과 맑은 마음의 꽃말을 가지고 있으며, 사군자 등 문인화의 소재로 즐겨 그리는 기품 있는 꽃이다. 매화를 볼 수 있다는 2월, 곧 매견월(梅見月)이다!

정소란(시인)

정소란 시인 (1970년 통영출생)
-2003년 월간 ‘조선문학’ 등단
-2019년 시집 (달을 품다) 출간
현재 시인의꽃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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