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1월 20일에는 미국의 46대 대통령인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이 취임식을 하고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시작하였다. 바이든은 36년간 상원 의원, 8년간 부통령을 지냈으며, 대권 도전 3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정치 입문 이후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오랜 시간 경력을 쌓은 대통령이다. 1970년 첫 주의회 선거 이후 50년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갈등을 접어두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고 촉구하였다. 국내외 언론은 취임식 소식을 알리면서 취임사 뒤에 이어진 축시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 축시자로서 최연소인 22살의 흑인여성 어맨다 고먼이었다. 그는 노예의 후손인 말라깽이 흑인 소녀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도 대통령이 되기를 꿈꾸다가 대통령을 위한 시를 낭송한다고 하였다. 그가 5분 40초에 걸쳐 낭송한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은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이니 올해 79살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청각장애로 말더듬이었다고 한다. 아내는 1972년 교통사고로 한 살짜리 장녀와 같이 숨졌다. 1977년 현재의 부인과 재혼, 2015년에는 큰아들이 뇌종양으로 46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리고 그는 올해에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되었다. 바이든의 가정사를 살펴보면 어디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하늘나라에 먼저 간 가족들을 위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정열을 불태운 것이 아닐까? 매년 12월 18일은 사고로 사별한 첫 아내와 같이 떠난 장녀의 기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간 여러 선거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선이 될 때마다 가족들의 무덤을 찾아가곤 했다고 한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도 당선이 확실시되자 연설을 마친 직후 그곳을 찾았다고 한다.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한 고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0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겠다고 하였다. 15년 후 그녀가 37살이면 미국에서는 역대 최연소의 흑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세계는 나이라는 숫자보다는 정열적으로 일하고자하는 역동적인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65살에 정년퇴임하고 노인으로서 살아가는 채비를 하고 있는데, 79살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희망을 주고 전 세계 우방국을 향하여 화해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국가를 위하여 모든 혼을 쏟아 붓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면서 뒷방에 앉아서 뉴스를 접하는 노인의 시기가 아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뜩 뇌리를 스친다.

살아 있다는 감사함으로 세상을 위하고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갈 의무가 나에게 주어져 있다. 저승에 있는 부모님이 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나의 후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길 숭고한 의무가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음을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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