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문화도시 탈락, “‘시민’, ‘오늘’ 없었다”
통영시 문화도시 탈락, “‘시민’, ‘오늘’ 없었다”
  • 김선정 기자
  • 승인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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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핵심인 ‘시민‧단체‧행정’ 협력체계 구축에 실패
부처간 협업 안 돼 “서 말 구슬 꿰지 못했다”
지난 2019년 문화도시·도시재생·교육 세 분야의 업무효율 증진을 위한 상생협력회의를 가졌다.

통영시가 문화도시 심사에서 탈락했다. 문화적 자산으로는 도대체 뒤질 것 없는 통영시였기에, 이번 문화도시 탈락은 충격이다.

문화도시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부터 시행하는 공모사업으로, 문화도시에 선정되면 향후 5년 동안 도시별 특성에 따라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통영시는 시행 초기인 2018년부터 문화도시에 도전했으나 2019년 문화예비도시에 탈락, 재수 끝에 2020년 예비도시가 됐다. 올해는 12개 예비도시가 1년 동안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경합을 벌였으나, 경남에서는 김해만 문화도시가 됐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심의위원회는 12곳의 예비문화 도시 중 5개 지자체를 제2차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심의위원회는 “지난 1년간 예비사업을 통해 ‘문화도시 추진의 효과와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는지, 또 지역‧시민 주도형 협력체계를 통한 문화적 성공사례를 창출, 확산할 수 있는지를 비중있게 검토했다.”면서, △인천 부평구 △강원 춘천시 △강원 강릉시 △전북 완주군 △경남 김해시를 최종 선정했다. 패자의 입장에서 보면, 통영시가 이런 면에서 부족했다는 뜻이다.

통영문화도시지원센터의 유용문 센터장은 “통영시는 시민과 단체, 행정간의 협력인 거버넌스에서 가장 큰 감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제시해 놓은 문화도시의 정책비전을 살펴보면, 통영시가 놓친 시민 주도의 거버넌스는 문화도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에 속한다. 문체부는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이 문화도시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2020 청년문화활동가학교 ‘성과 공유 및 수료식’

이번 탈락을 통해 통영시는 충분히 배워야 한다. 실패를 통해 배우지 못하면 ‘문화예술 도시 통영’의 자부심은 소란스런 빈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

문화적 자산을 놓고 본다면 통영시가 이들 지자체에 밀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화도시는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시민들이 어떻게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속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더 중요한 척도로 본다는 말이다.

문화도시에서 내세우고 있는 4대 목표의 첫 번째도 “지역사회 주도의 지역 공동체 활성화”다.

지난해 통영시는 문화도시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청년 활동가 양성이나 시민대학 등 여러 가지 시민 활동을 시도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사업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다양한 시민들이 참가하여 새로운 공동체들을 만들어내고 지속 발전시킬 바탕을 마련했는가 하는 문제에 이르면 대답할 말이 없다.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시민의 참여가 아쉽다”고 하겠지만, 시민들은 “내가 주인이 되어 할 일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청년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청년은 “청년 활동가들이 무엇을 ‘했다’는 기사는 봤는데, 무엇을 ‘하자’는 기사는 못 봤다”면서 “통영은 아는 사람끼리만의 네트워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용문 센터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그것이 우리 시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인정하면서, “더 많은 시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센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문화컨텐츠 제작업체 3개소와 문화도시 문화컨텐츠 공유 및 민간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하나 이번 탈락으로 확인한 통영의 문제는 부처간 협업이다. 모든 시민이 자부하는 대로 통영은 수많은 문화 자산으로 크고작은 문화 활동이나 시민 활동이 꽤 있어왔다. 그러나 그 모든 활동이 관련부서만 알고 진행하는 개별사업이 됨으로써, 문화도시의 큰 그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 센터장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통영시에 흩어져 있는 구슬들을 꿰어내지 못했다.”면서, “아프게 반성하여 다음 행보의 주춧돌로 삼겠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사업이 묻고 있는 것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다.

“통영시는 인간문화재도 많고 문화적 자산도 많다. 하지만 오늘 통영 시민은 어떤 문화적인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인천 부평구는 음악이라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뮤직 게더링’과 ‘디지털 뮤직랩’을 통한 음악도시 부평의 브랜드를 형성했다. 강원 춘천시는 마을에서 10분 안에 만나는 문화예술활동, 10분 안에 연결되는 문화예술 공간을 목표로 도시 어디에서든 10분 안에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도시를 위해 마을 모임 거점을 늘려, 문화도시가 주민들의 일상적 삶에 스며들도록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강원 강릉시와 전북 완주군도 시민이 기획하고 실현하는 문화도시 예비사업 성과와 향후 구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시민과의 협력 거버넌트가 약했다’는 말은 통영시의 문화도시 사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자인에 다름 아니다.

오늘의 실패를 정확히 봐야 내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이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문화적 자산에 자만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다. 오늘 통영의 시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복지 등의 각 영역에서 문화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역 중심, 시민주도형 도시문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지역전문가 역량강화과정 성과공유회 및 수료식
지난해 11월 문화도시 문화기획 교육과정 수료생 및 문화도시에 관심 있는 시민 약 40여명이 참여한 문화도시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