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가 태동하던 2002년부터 음악제의 실무를 담당해온 이용민 전 예술기획본부장이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새 CEO로 취임하며 통영국제음악재단을 이끌게 됐다.

이용민 대표는 경상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통영국제음악제 시즌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육성, 윤이상기념관 조성과 통영국제음악당 건립 등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아울러 각종 강연과 칼럼 등을 통해 윤이상과 통영의 음악을 알리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남북문화교류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와 통영문화도시 추진위원장을 맡아 후학 양성과 도시 내 문화역량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CEO 선발 과정에서도 이용민 대표는 작곡가 윤이상의 업적을 기념해 온 것과 통영국제음악제를 성공리에 운영해 온 공로를 반영, “통영국제음악제를 가장 잘 계승하고 확장할 재원”으로 평가받았다.

대표에 취임하면서 그는 그동안 국제음악재단이 잘해오고 있었던 전문적인 클래식 공연과 축제 부문은 잘 계승하고,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던 통영 시민과의 소통은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컨벤션 기능을 가진 작은 축제들을 하나씩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을 축제극장 콘셉트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국제음악제와 윤이상콩쿠르라는 두 개의 큰 축제를 두고, 사이사이에 작은 축제를 만드는 겁니다. 통영국제음악당은 음악제의 성공으로 건립된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런 일입니다.”

사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마추어 동호회가 더 클 수 있다. 2박3일 정도의 기간을 두고 각 분야의 음악인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주면, 특화된 작은 축제를 할 수 있다. 거리공연도 하고, 강사를 초청해 아카데미도 열고, 국제음악당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그 분야의 영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교육과 관광, 공연이 순환체계를 가지고 덩어리로 움직이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통영국제음악당은 국내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꿈의 무대입니다. 하지만 공연장 밖으로 나가면 천혜의 비경이 펼쳐져 있지요. 이 공간을 폭넓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수년간 음악회를 주최한 실무자로서, 그는 애호가들의 기대와 감성 그리고 시민들의 요청에 대한 분석이 이미 끝나 있는 듯했다. 아마 고향 통영을 사랑하는 찐~통영 사람이기에, ‘음악’의 범위를 통영으로 끌고 나올 방법에 골몰하고 있는 게 아닐까.

도남동 바다를 내려다보며 통영을 음악도시로 만들 비전을 꿈꾸고 있다.

이용민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충렬초등학교에 전학 오면서, 통영과 음악을 동시에 만났다. 부모님이 모두 통영 사람이지만 정작 나고 자란 곳은 마산이다. 부모님의 사업 관계로 마산의 큰 학교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셈인데, 첫날부터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전교생이 모두 악기를 연주하면서 음악조회를 하는 겁니다. 3천 명이 넘는 학생이 하얀 칼라가 있는 교복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는데, 학교 뒷산이 쩡쩡 울리더라고요.”

그때의 감동과 놀람이 바탕이 되어, 소년 이용민은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이 되었다.

통고 1학년 때, 실기고사에서 1등을 하면서 처음으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은 학생은 클래식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자랐다. 부모님 사업이 기울어 힘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그는 음악으로부터 받았던 위로를 잊을 수 없어 음악 선생이 되었다.

윤이상 전문가로 불리는 그가 처음 윤이상을 만난 것은 대학원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다. 윤이상에 대한 자료가 거의 전무하던 1995년, 그는 일본의 공연 전문 잡지에 윤이상에 대한 기사가 대여섯 페이지 난 것을 접하게 됐다.

“일본 사람이 우리 통영 사람을 이렇게 평가하는구나, 하며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점점 조사를 하다보니 그의 음악과 삶이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윤이상이 해방 이후에 쓴 초기가곡 5편을 텍스트로 한 논문을 썼다. 그러면서 윤이상 선생에 대해 빚진 마음을 갖게 됐다.

“윤이상 선생님이 추구하신 것은 ‘통합’이었어요. 동양과 서양을 통합하고 남과 북을 통합하는 꿈을 꾸셨지요. 그런데 윤이상 선생님을 두고 양쪽 진영이 더 극명하게 분열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윤이상 선생이 타계한 1995년에 그는 충렬여중 음악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항남동에 마련된 분향소에 학생들과 함께 조문하면서, 그는 윤이상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1999년 ‘윤이상 가곡의 밤’을 시작으로, 윤이상 음악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책에서만 이름을 들을 수 있었던 작곡가와 평론가들이 통영에 와서 사흘 동안 ‘제1회 통영현대음악제’를 열었다. 부제는 ‘윤이상을 기리며’였다.

2년의 성공에 힘입어 200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렸다.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던 이용민 대표는 2004년부터 초대 사무국장이었던 김승근 씨(현, 서울대 교수)의 뒤를 이어 2대 사무국장으로(2004~2013) 재단 실무를 총괄했다.

이 대표는 당시 이사장으로 모셨던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이홍구 전 총리를 인생의 은사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역대 통영시장들의 역할도 컸지만 두 사람의 이사장이 없었으면 시작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기에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이용민 대표는 플로리안 리임 전 대표에 대해 감사함을 갖고 있다면서 “그가 남겨 놓은 좋은 사례들을 잘 계승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저에 대해 어떤 기대와 우려가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통영국제음악재단으로 인해 시민과 애호가들이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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