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정한식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아침에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검색하여 보니 국내 698명(2020년 12월 21일 현재) 그리고 세계적으로는 약 170만 명이라고 한다. 지난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19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를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 불안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올해의 마지막을 향하여 달리고 있다. 3년간의 6·25전쟁으로 연합군을 포함한 군인의 사망자 수가 160만 명이라고 하니,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숨진 170만 명의 인명 피해가 너무 가혹하고 엄청난 일이다. 전쟁은 침략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가해자이고 전 세계 인류가 피해자가 되었다.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이보다 더 힘든 전쟁은 없었다. 최첨단 무기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이 바이러스 전쟁에 대하여서는 아직 승리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였을 때만 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전 세계로 전파되어 감염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였다. 소규모의 송년 모임도 취소되는 등, 전 세계인이 잔뜩 움츠려 있다. 하루빨리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인류는 벌벌 떨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여름에 ‘부산행’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인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 442KM에서 지키고 싶은 사람과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가 그려져 있다. 감염자가 또 다른 감염자를 만들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영상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첫 개봉이 2016년 7월이니 감염증에 의한 공포를 이미 예견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의 코로나19가 ‘부산행’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너무나 흡사한데 충격까지 받게 된다. 영화에서는 인류의 재앙을 예측하고 그 재앙을 통하여 인간의 본성을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제 인류에게 닥친 불행은 영화처럼 감상만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일상에서도 마스크 쓰기, 식당에서도 칸막이 설치하고 대화하지 않기, 극장이나 공연장 등 다중 집합 시설에서 한 칸씩 띄어 앉기, 비대면 수업 등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대응책들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아닌 감염의 확대를 막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무엇이든 할 것 같았던 인간의 교만함에 대한 경고는 아닌지? 제대로 된 대응책도 없이 일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 자만하지는 않았는지? 오만하지는 않았는지? 겸손하였는지? 최선을 다하였는지? 지인들과의 어울림이 즐거운 소소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2020년을 보내드린다. 지난 한 해 동안 애독하여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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