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도시재생사업

낡고 후락한 집들을 깨끗이 밀어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짓는 도시재개발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언제부터인가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내 고장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것’이다. 행정에서 강제로 철거를 집행하고, 대기업에서 그림을 그려 신도시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마을마다의 특색을 살려 주민들이 원하는 공동체를 이루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재개발은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사업 주체가 되어 물리적 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이에 반해 도시재생은 주민 등 거주자와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공공이 지원의 필요한 곳에 기능 개선을 하며 주민들이 활성화를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큰 건물이나 도로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에 비해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다. 큰 규모의 지원이 동반되기 때문에 좀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통영에서는 가장 단위가 큰 도시재생뉴딜사업이 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는 2017년에 선정돼 전국의 관심을 모았던 봉평지구이다.

도남동 신아조선소를 중심으로 하는 이 사업은 총사업비 6천771억5천만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중 국비가 250억과 지방비가 167억을 합쳐 재정보조가 417억이다. 여기에 부처 연계 371억, 지자체 303억5천만, LH 1200억원, 민간투자 4천480억이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는 신아조선소 부지를 매입하고, 리스타트 플랫폼을 개소한 상태이며, 한예종 영재원 교육관을 리모델링중이다.

두 번째는 정량지구이다.

‘바다를 품은 언덕마루 멘데마을’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정량동 일원에 167억9천300만원으로 벌이는 주거지원형 뉴딜사업이다. 주거 복지와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마을에 소방도로와 주차장을 조성하고 골목길을 개선하며 노후주택의 집수리를 지원하여 주거복지를 실현할 예정이다. 이외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일터조성사업과 공동체 공간 조성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이 추진된다.

도천지구 소규모 재생사업

세 번째는 지난 11월에 선정된 ‘도천지구’ 뉴딜사업이다.

통영시는 ‘음악이 흐르는 도천, 마을이야기에 윤이상(음악)을 입히다’라는 주제로 국·도비 96억원 등 총사업비 142억 8천만원을 확보했다.

통영시도시재생센터 오은석 센터장은 “이번에 선정된 도천지구가 국토부에서 모델로 제시하는 도시재생사업에 가장 맞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먼저 ‘소규모 재생사업’을 통해 주민 역량을 기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도시재생뉴딜에 선정되는 루트를 밟았기 때문이다.

도천지구는 2018년 ‘♬안단테♬ 윤이상 음악 여행길’이라는 소규모 재생사업에 선정돼 4억원의 예산으로 주민역량강화 사업을 했다. 주민대학을 통해 도시재생의 의미를 알게 된 주민들은 스스로 나서 음악축제를 벌였고, 이런 성과가 바탕이 돼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도천지구의 예에서 보듯이, 소규모 재생사업은 뉴딜사업의 발판이 된다.

통영의 소규모 재생사업은 도천지구에서 진행됐고, 현재 명정지구에서도 진행중이다.

이 외에 주거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뜰마을’ 사업도 진행중이다. 명정지구는 완료를 앞두고 있고, 중앙지구는 2022년까지, 태평과 용초지구는 2023년까지 새뜰마을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통영시도시재생센터 오은석 센터장을 만나다

통영은 타지자체에 비해 많은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심에는 2018년 9월 문을 연 통영시도시재생센터가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이 주체가 되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규모 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통영시도시재생센터 오은석 센터장은 국토부의 매뉴얼대로, 주민들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소규모 재생사업에 힘을 쏟았다. 통영의 구도심을 분석해 지역을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사업을 구상해 공모에 임하는 한편, 이미 선정된 사업지구에서는 주민들과 ‘도시재생’ 사업을 실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정답은 늘 주민들이 갖고 있습니다. 내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은석 센터장은 일본 국립치바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환경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립치바대학교 도시환경디자인연구실 특임연구원을 지냈다. 귀국한 뒤에는 강원발전연구원 지역사회연구실과 제주발전연구원 환경도시연구부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다. 3년 가까이 연구원에 있으면서 일반농산어촌 개발계획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여했다. 1차 산업과 접목된 거점 공간 만드는 사업이었는데, 이에 참여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

“정량동에서 자라고, 본가도 문화동에 있었기 때문에 통영시에서 도시재생센터장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얼른 지원했습니다. 제가 학문적으로 배운 것을 고향에서 실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낯선 도시재생의 개념이었지만, 오은석 센터장은 고향 사랑의 마음으로 통영 재생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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